대화가 단절되기 쉬운 상태이다.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사색마저도 무색해지기 마련이다.
어제 또한 한 동료와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로 인한 답답함에 대해.
저녁밥을 먹고 나서 여유를 가질 무렵,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알고 보니 내가 살고 있는 건물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구역 (적어도 보이기로는 꽤나 큰 범위)이 전기가 나가 있었다.
wow, cool.
같이 식사를 하던 동료들과 함께 이런 첫경험을 몽골에서 하다니. 외롭지 않고 좋구나.
되도록 많은 것을 내려놓고 독립하려는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각오를 시키게 되었다.
가지고 오지 못 한 디지털카메라는 가족에게 부탁하지 않고 있다.
가지고 온 노트북과 아이팟은 없어져도 이미 각오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노트북은 약간 맛이 가서 하드디스크의 교환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지만, 교환하지 않고 망가지는 대로 정리할 생각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때마다 차가운 물로 샤워할 날을 상상한다.
응가 상태일 때에도 무릎에 안 좋은 좌변식 변기를 각오해 본다.
하나 하나, 마음 속에서는 내려 놓아져 간다.
그러나 실천지(實踐知)를 중요시 하는 내게 마음 속의 내려놓음 뿐으로는 아직 불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또한 물질적 세계의 내려놓음을 진행시키면서도,
나는 정신적 세계의 내려놓음을 진행시킬 필요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나의 종교적 신념에 관한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
*’전쟁’이라고 표기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내 정신세계가 그러한 상태일 거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이 부분 자체가 어쩌면 자연상태, 혹은 자유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부정하는 매일이 계속되고 있다.)
아무튼, 내가 원하는 게르(몽골식 텐트형 집)에서 나는 과연 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상담을 하다 보면 여기에서 만나는 80%이상의 사람들은 내게 (반대의견이 아닌,)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이유
1. 게르는 살기 힘들다.
-춥다. 지속적인 나무 땔감을 이용한 난방을 하지 않으면, 바깥과 동일하게 춥다
-위험하다. 게르는 딸랑 자물쇠 하나로 문을 잠그기 때문에 그것만 부수면 침입을 당한다.
-물이 없다. 수도시설이 없기 때문에 근처 어딘가에서 떠와야 한다. –>샤워, 세탁, 취사 등 기본적인 생활수준의 저하를 초래
-etc.
2. 게르 자체를 얻을 수 없다.
1)기존의 지어진 게르는 없다. –> 확인이 필요하다..
2)게르를 지을 땅이 있어야 한다. –> 지금 내게는 없다.
3)게르를 지으려면 비싼 돈을 치러야 한다.(불확실한 정보) –> 차라리 아파트에 사는 것이 싸다?
4)게르를 짓는다고 해도 겨울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땅이 얼기 때문에)
5)위험한 지역의 게르는 주거로 허가 받지 못 한다.
크게 이 두 가지 이유 중, 1은 솔직히 살기 시작하고 나서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과제는 2라고 할 수 있다.
2 중에서도 나와 가장 큰 마찰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5)일 것이다.
내가 게르에 살려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떻게 보면 게르가 많은 지역이 ‘위험하다’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는 게르가 많은 지역이 ‘빈곤층이 많기’ 때문에 그곳에 살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몽골 경제의 저변의 큰 부분을 이루는 그들과 함께하여,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함께 알아 나가고 싶은 것이다. (아울러 또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어쨌든, 5)에 대해서는 논쟁이 필요하다.
‘빈곤층이 사는 지역’ = ‘위험하다’ ?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특히나 통계적 자료가 부족한 이곳에서. 아마 ‘소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개인이 한 발언의 집합체가 증거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의 ‘증언’이 그것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은 2.의 1), 2), 3), 4)를 클리어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1) 기존에 있는 게르를 알아 본다. –> 찾으면 대박
2) 게르 지을 땅을 수소문 한다. –> 3)으로 이동
3) 어떻게든 게르를 지을 비용을 마련한다.
4) 이 또한 어떻게든… 지어본다. 혹은 봄이 될 때까지 기다리던지..^^
현실적으로 이를 적용해 보면 이하와 같은 to-do list가 생기지 않을까.
1. 게르에 사는 외국인과 컨택하기. –> PEACE-CORP?
2. 관련 기관과 컨택하기. (NGO, 종교단체)
3. 내가 일할 기관장에게 문의해 보기. (가볍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2010.11.30 00:17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