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4일 수요일

또 다시 지켜보는 오늘의 사색

 

7시경,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은 거무튀튀한 방에서 일어나,

잘 익은 홍시처럼 멀리서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조금 차가운 빵 위에 쨈을 발라 우적우적, 그리고 가루로 탄 듯한 맛이 나는 주스를 마신다.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주로 옷을 따뜻하게 입는 데 신경을 쓴다), 밖을 나선다.

 

오늘의 기온은 -31도라고 한다. 따뜻하게 입어서 그런지, 바람이 안 불어서 그런지,

숫자의 위력은 내 시린 무릎에서나 조금 나타날 정도였다.

 

집 앞에서 스쿨버스를 타는 데 걸은 몇 초 만에 얼어붙은 내 콧구멍은 코딱지가 간질간질 매달려 있는 듯하다.

 

오전9시. 몽골어 수업이 시작된다.

나는 잠이 쏟아져 온다. 어제 좀 피곤한 일을 한 탓일까.

오전10시 반.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피로씌키(몽골식 고로께?)를 우적우적, 그리고 커피를 홀라당 마신다.

한화로 하면 약 700원이 든다.

 

그리고 또다시 수업이 시작되면 나는 그래도 졸음을 참지 못 해, 동료가 가져온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하고,

사전을 뒤적거리며 흥미로운 문장을 찾아 본다.

 

언어는 정말 즐겁지만, 훈련하듯 하다 보니 지치는 것은 사실이다.

 

 

12시 반 경에는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밥을 먹고 잠시 나오니, 학교 건물에 개새끼 3마리가 바싹 붙어 걷고 있다.

어미 개와 그녀를 따라 다니는 새끼강아지 두 마리. 정말 귀엽다.

기온은 정말 낮았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더 잘 어울리는 그들이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현지 대학생과 1:1 말하기 수업을 한다.

역시나 즐겁다. 하지만 조금 두렵다. 언어는 끝이 없다.

시작을 한지 별로 되지 않은 내게는 끝은 더더욱 멀기만 하다. 나의 끝은 어디인가.

 

오후4시. 오늘은 특강이 있는 날이다.

국립대에서 한국어가 유창한 몽골인 교수님께서, 몽골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전체적으로 치안에 대해 위축되는 말들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안심’이라는 것을 제공해 준 듯 하다.

 

강연은 끝나고, 벌써 해가 졌다. 해가 뜰 때 학교에 왔는 데.. 하루가 참 빠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날씨라는 것이.

 

 

 

일이 생겨서 이 시간 (현재시각 오전1:44) 까지 잠을 못 자고 있다. 아니, 안 자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위와 같은 어정쩡한 일기를 써 본다.

 

한가지, 사색해 볼 거리가 있다면, ‘체 게바라’ 적인 내 꿈에 대해서 이다.

나는 너무나도 나약하고, 이렇게 너무나도 말이 많다. 이렇게 많은 말을 하면서도, 언행일치를 음청나게 중요시 한다.

그런데 과연, 언행일치는 이루어 질까? 지금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쨌든 퍼즐은 맞춰지기 시작할 것이다.

답은 그 후에나 알겠지.

 

오늘의 키워드 ‘늑대, 순수함, 자연, 야성’

 

p.s. 요즘 테러하듯 열렬히 반복하여 쓰고 있는 문장 하나. ‘BID NAR IREEDUIG HARJ BAINA.’ (우리들은 미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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